칼럼 연재글

[석하스님의 카이스트 수행기] 누구나 한번 출가를 한다 ①

도연(석하스님) 2015. 1. 28. 21:26

​출가를 한지 10년이 다되어 간다. 카이스트에서 1학년을 마치고 곧장 출가를 했더니 20대를 줄곧 스님으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그동안 일반인들과 조금 다른 생활을 해 온 것 같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시주금을 받는 탁발수행을 해보았고, 승복을 입고 대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었다. 미팅, 술자리, 동아리모임, 체육활동 등 20대 대학생들의 보편적인 커뮤니티에 잘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20대들이 겪는 굵직한 경험들은 거의 해본 것 같다. 20대 중반에 전방으로 군대를 다녀왔으며 4년제 대학의 정규코스를 이수하여 졸업도 하게 되었으며 취업준비생과 같이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 또한, 봉사단체에 들어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재능기부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학교공부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

수백만 명이나 되는 20대 청년들이 갖는 경험과 추억들이 나에게도 있음을 알게 되니 내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저 나는 출가를 했을 뿐이고 그것에 대한 의미와 상징으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승복을 입었을 뿐이지 어떤 화학적 반응을 통하여 또 다른 새로운 인류의 종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었다.

20~30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21세 때 겪은 출가의 경험들을 그들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삶과 진로에 대해서 조금 진지하게 생각한 청년들은 자아정체성에 대해서 다소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난 무얼 하면서 살아야 하지?” 와 같은 근본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었다. 이 질문은 출가자들이라면 항상 하는 중요한 자기성찰의 방법이다. 내가 누군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를 찾기 위해서 출가를 결행하고 수행을 통해 그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출가의 동기를 묻는 어떤이의 질문에 대해 혜민스님께서는 “저는 보통 20대들이 겪는 고민을 조금 더 진지하게 했을 뿐이예요.” 라고 답을 하셨다고 한다.

이 인터뷰 내용을 듣고 나는 “그렇지!” 하며 무릎을 쳤다. 나의 출가동기가 더 명확해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내가 왜 출가를 했는지 그 명확한 이유와 동기에 대해서 모호할 때가 많았다. 잃어버린 ‘참나’를 찾기 위해서 출가를 했는데, 막상 출가를 하고 보니 존재하고 있지도 않은 ‘참나’를 붙들고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가끔은 캠퍼스에서 생기가 넘치게 활동하는 대학생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도 괜찮은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이 대목에서 알게 된 것은 출가를 하든지 안하든지 누구나가 갖는 고민과 번뇌가 있느니,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고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수행자의 길을 가고자 출가한 나는 ‘나를 찾고자 하는 구도심’이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있었을 뿐이었다.

이러한 각도로 살펴봤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출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누구나가 다 ‘나는 누구인가?’ 라고 하는 근본물음을 던지고 있으며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일 저일 다해보기도 하고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알아보면서 진로를 선택하기도 한다. 오늘날 ‘웰빙’과 ‘힐링’이 트렌드가 된 것도 사실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자기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찾다보니 생겨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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