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하스님의 카이스트 수행기] (26) 침묵하면 얻게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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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그 곳이 어디건 어느때든지 말이 있고 소리가 들린다. 오늘날,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부터는 통신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과 SnS가 우리의 실생활 가운데 깊숙하게 들어오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 부터 말은 날개에 날개를 단듯 고유의 주파수를 지낸채 수 많은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말이란 무엇일까?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소통수단이다. 태초의 빅뱅이 있을때 부터 빛, 소리, 울림은 있어왔고, 다양한 언어와 부호라는 형태로 전해져 내려왔으며 우리 인간들이 쓰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말은 신호와 소통의 에너지이기도 하다. 이 에너지 파장은 한번 생기면 사라지는 법이 없어서 우주가 그 수명을 다할 때 까지 계속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라는 것이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지만, 잘 못쓰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양날이 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몇몇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자리에 없는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을 하게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 사람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덧붙여 가며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확고히 하였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나 혼자 남았을 때, 웬지모를 허무함과 불편함이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부정적으로 이야기 했던 그 사람은 한때 나와 가장 가까웠던 도반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내가 그때 왜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을까.. 하고 돌이켜 생각해 보았다. 아예 아무말도 안하고 필요한 이야기만 하는게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교에서는 말로 짓는 죄가 많다고 하여, 염불기도를 드리기 전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을 먼저 외운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를 3번 반복하면서 입으로 지은 죄를 참회한다. 또한, 묵언(默言) 수행을 강조하는데, 말로 인한 병폐를 최소화 하기 위한 적극적은 실천행이라고 볼수 있다.
성경의 마태복음 15장 11절에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라며 말과 침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마태복음 7장 3절에서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고 하였다.
말이 많아 짐으로써 얻게 되는 것보다 잃게 되는 것이 많음을 점차 알게 되었다. 말이 많아질수록 자기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줄어들고,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많아져서 감정도 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말을 아예 안해야 하는 것일까? 공자는 삼사일언(三思一言) “세번 생각한 후에 한번 말하라” 고 하였다. 또한, 원효대사는 “스스로 마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미세한 움직임을 내면적으로 관찰해 보라. 수행자는 다만 자신의 득실(得失)을 자세히 살필 것이지 별안간 남의 덕이나 결함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자기 허물은 수미산과 같은데 한 점 티끌과도 같이 아주 작은 남의 허물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다” 라고 하였다.
성현의 말씀에서 처럼, 말을 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의식은 고요한내 마음의 호수가운데 머물러야 할 것이다. 곧,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러한 침묵 속에서 참된 빛과 소리와 울림을 느낄수 있을 때, 나는 비로소 침묵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 나도 깊은 침묵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말 수를 줄이고, 묵언을 하며 수행자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충전과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고요한 적막과 잠잠함 속에서 진정 새벽을 깨우는 백사자가 되었을 때 말을 시작해야 겠다.
가을 바람이 쌀쌀하고 내리는 비가 차갑다. 곧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려나 보다.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겠지...내 마음에도 모든 사람의 가슴에도 추운 겨울을 견디어 희망과 환희의 봄 햇살 같은 새싹이 돋아 나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