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사진: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명상수련 중>
카이스트를 다니면서 학업과 수행을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학과 공부를 해야 했고, 저녁에는 길거리로 나가 탁발수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독경을 하며 기도하고 복을 빌어주었다. 하지만, 틈틈히 시간을 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배운 참선과 호흡법을 가르쳐 주었다. 카이스트 포탈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명상모임을 구성하기도 하였고, 대덕연구단지 내에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그리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등을 방문하며 그룹별 명상지도를 하기도 하였다. 특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시는 박사님들의 수행열기가 뜨거워서 새벽마다 방문해서 지도해드렸고, 몇차례 은사스님을 초청해서 법문과 워크숍을 가지기도 하였다.
나 공부하기도 바쁜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시간을 내서 가르쳐 주는 것은 스승님께서 주신 가르침이 었다. 나역시도 값없이 받았기 때문에 값없지 주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항상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수행력도 약하고 알고있는 진리의 세계도 얕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눔의 생활을 추진해 나가다 보니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되었다. 나 하나 잘 돌보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을 살핀다는 것이 언뜻 봐서는 어리석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지나보면 그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부족하더라도 상대방을 위해 기도해주고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베풀면서 나의 의식은 더 깊어지고 확대되며 나의 영혼은 성장한다. 이렇게 남들에 대해서 주려고 하는 마음이 바로 부모의 마음과 같이 않을까?
내가 출가를 하고 부모님과의 갈등이 심해졌을 때 부모님과의 대화와 소통을 거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쌓인 불만을 토로하였으며 나를 이정도 밖에 안되는 인간으로 낳아준 것에 대해 따지기도 하였다. 나 스스로를 비판하고 자괴감에 휩싸여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화통화를 끝내서 뒤돌아서 생각해 보니, 부모님과의 관계에서는 난 왜이렇게 인격적으로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 버리는지 스스로도 놀라게 되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사랑으로 받아들이시고 나의 생각을 인정해 주셨다.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얘기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닐 것이다. 부모의 사랑인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크로 한량없다.
이와 관련해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해주신 법문이 있는데, 〖부모은중경〗^(1))이 그것이다. 부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한 무더기의 뼈를 보고 절을 하시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어,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는 10개월 동안의 태아의 상태를 생태학적으로 설명하셨다. 부모의 10대 은혜, 은혜를 저버리는 불효한 행동, 부모님의 은혜 갚기의 어려움, 불효한 자의 과보, 은혜를 갚는 길을 설명하고 있다. 부처님께서도 제자를 기르시고 자식을 돌보면서 부모의 사랑에 대해서 깨달으신 것이다.
나는 스승님을 만나면서 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부모님으로부터 인함이지만 인생을 제대로 살게 된것은 스승님을 만나면서 부터이다. 일제강점기과 격동의 근현대사가 진행된 20세기 초중엽, 민족사상가이자 함석헌선생의 스승이고 오산학교의 교장직을 지낸 ‘다석 류영모’선생은 “20살이 되어서 어버이를 떠날줄 모르면 미련해지고 40살이 되어서 스승을 떠날줄 모르면 어리석어진다. 정신적으로 스스로 설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라며 부모의 품과 스승의 울타리를 넘어서 다음단계로 진입하여 발전하는 시기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부모의 품에 있었던 20년 동안의 따뜻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스승님을 만났을때 나의 사랑과 자비의 세계가 더 꽃을 피울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좇아 열심히 수도생활하면서 잠시 부모님을 떠나오게 되었지만, 그러면서 부모님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게되었다. 그것은 수도생활을 통해서 참된 것에 대한 가치를 볼수 있는 눈을 떴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10년의 세월안에 나도 스승님의 울타리를 넘어서 나의 정신과 가치관의 독립을 외치게 되기를 희망한다.
오늘따라 봄바람이 내 심장을 따스하게 쓸어주고 가는 것 같다. 봄은 모든 사람들이 소망을 품게하고 새 희망을 노래하도록 한다. 봄이 다가기 전에 더 마음껏 꿈꾸고 주변사람들을 더 살펴줘야 겠다.
1)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부모의 은혜의 높고 넓음을 가르치고, 이에 보답할 것을 가르치는 대승불교 불경이다.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으라는 불교의 가르침이 중국을 거쳐 전래되면서 유교적 효를 배척하지 않고, 불교적인 효도를 설한 경전이다. 한국,중국,일본에 널리 퍼져 있으며 한국에서는 유교가 성행하던 조선시대에 널리 읽혀졌으며, 삽화를 곁들인 언해본 출판도 성행했다.
석가가 제자 아난에게 부모의 은혜를 설법한 불교경전이라고 전해오고 있다. 이 경전이 중국에서 한반도에 전래된 시기는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그것이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 많이 보급됐으며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 와서도 왕실의 존중을 받았다. 불교를 배척했던 조선사회에서 이 경전이 널리 유포된 것은 '효가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고 생각한 유교의 근본이념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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