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의 해결

칼럼 연재글 2015. 2. 14. 03:09

​[석하스님의 카이스트 수행기] 먹고 자고 즐기는 욕구를 어찌해야 하나?!②
2015.02.13 08:36

지금 생각해 보면 카이스트 재학시절 당시에 나는 ‘현재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식욕과 수면욕과 성욕을 주관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했고, ‘나는 이러 이러한모습이어야 한다.’라고 하는 허상(虛想)1)과 인상(人相)2)에 사로잡혀 있었다. 실상(實相)3)을 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사실인데,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욕구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먹는 행위를 통해서 행복감을 느끼며 에너지를 비축하려는 욕구(식욕)와 편안한 잠자리에서 수면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하는 욕구(수면욕) 그리고 이성에 대해서 끌리는 음양의 원리(성욕)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심리학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근거하면 내가 고민했던 3대욕구는 생리 욕구(허기를 면하고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로서 가장 기본인 의복, 음식, 가택을 향한 욕구에서 성욕까지를 포함)에 해당하고 있었다.

헤어진 이성친구를 잊고 싶은데 계속해서 ‘잊어야 돼,잊어야 돼’라는 자기 암시를 걸고 있는 사람은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처럼 더욱더 그 생각을 머무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지켜볼 수 있다면, 잊고 싶은 그 망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사라지게 된다. 나는 그 당시 이 원리를 모르고 있었다. 수업시간이 빨리 지나서 쉬는 시간이 되기를 원하는 학생이 시계를 보더라도 “시간이 왜 이렇게 흘러가지 않지?”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대입하게 되면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르게 된다. 하지만, 시계를 보더라도 “음 지금 몇시몇분이구나!” 하면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하던 일에 집중하면 시간은 오히려 시간은 더 빨리 흘러간다.

출가 후에 수행에 정진하던 당시에 욕구에 대한 바로 이해했던 건 아니다. ‘유식학’이라고 하는 불교심리학 뿐 아니라 융의 심리학을 접하면서 인간심리의 다계층구조를 알게 되었고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에이브러햄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욕구 5단계설’을 통하여 욕구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욕구 5단계를 순차적으로 보면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면 ‘안전욕구’가 나타나는데, 위험, 위협, 박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이다. 그 다음으로 사회적(애정·소속)욕구는 가족, 친구, 친척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어하는 욕구이며, 존경 욕구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기초가 되는 욕구이다. 이 모든 욕구가 충족이 되면 마지막으로 5번째 단계로 자아실현 욕구가 오는데 자기를 계속 발전하게 하고자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는 욕구이다. 다른 욕구와 달리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욱 증대되는 경향을 보여 ‘성장 욕구’라고 하기도한다. 알고 이해하려는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내가 출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다섯번째 자아실현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리적 욕구를 비롯하여 안전/사회/존경의 욕구가 100% 충족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하위의 네가지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은 되었으나 결핍도 항상 존재했기 때문에 출가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출가는 일종에 극단의 선택이기 때문인데, 출가를 하게 되면 식생활을 비롯해서 삶에서 주어지는 모든 것 들에 대해서 만족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니게 된다. 현실에서 채우지 못하는 여러 가지 욕구들은 수행으로부터 나오는 힘을 통해서 채우게 된다. 출가사문과 같은 수행자 외에도 자아실현을 위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기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성공궤도에 올라가있는 사람들이며 1단계 생리적요소나 2~4단계 욕구가100% 충족 된 것은 아니겠지만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꽤 많은 욕구충족을 하고 있다.

가까운 사례로, 얼마 전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박진영편’에서는 가수 박진영의 자아실현에 대한 주제를 다루었다.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20억이 넘는 돈을 벌었고 그 이후에 명예를 얻었으며 그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욕구는 자선사업을 통해 충족했다. 그러나 재물과 명예 그리고 선행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마지막 욕구는 자신의 존재성에 대한 영역이었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만든 존재(신 또는 조물주)를 만남으로써 자아실현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박진영과 같이 부와 명예 그리고 이타적인 삶을 통해 욕구를 충족하는 삶에서 자아실현의 길로 접어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와 같이 출가라고 하는 특수한 경험을 통해 초월적 방법으로 자아실현의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단, 출가를 하면 단시일 내에 급변하는 환경과 관계성이 있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압력과 변화에 대해서는 단단히 각오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1)허상(虛想): 헛된 생각
2)인상(人相): 오온(五蘊)이 화합하여생긴 ‘나’는 사람이니 지옥취나축생취와 다르다고집착하는견해를 이른다.
3)실상(實相): 모든 것의 있는그대로의 참모습.

원문보기: http://www.news2day.co.kr/m/page/detail.html?no=63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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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연(석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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